투자를 할 때 매매일지가 필요할까? 예외 없이 반드시 필요하다. 매매일지를 적지 않는 것은 문제집을 풀고 채점을 하지 않고 시험을 치르는 것과 같다. 인간은 거의 대부분의 순간에 최적의 행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인지 편향과 감정 실패로 형성된 실수의 근원과 투자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매매일지를 통해 개선시켜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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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지 편향의 오류 

 

1-1. 고집 

보수편향(Coservatism bias):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믿음에 지나친 비중을 부여하는 경향을 일컫는다.

 

어떤 믿음을 오래 가지고 있을수록 그 신뢰성을 과대평가하며 특히 새로운 정보가 복잡할수록, 이에 대해 정확히 프로세싱하기 위해서는 뇌에 많은 에너지 소비가 필수적이므로, 편리성에 따라 기존의 것을 그대로 믿는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본인의 기존 믿음을 확인해주는 정보만 취사선택하고, 본인의 믿음과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일컫는다.

 

이미 특정 포지션을 취하고 있으면 이 경향이 더 강해지며, 본인의 의견과 합치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위안을 얻는 경향이 강하다.  

 

 

 

1-2. 대표성 부재

대표성 편향(representative bias): 내가 경험한 것에 대해 과도한 신뢰를 보내는 현상 

 

접근성 편향(Availability bias): 기억을 더 잘 남는 사건일수록 더 높은 확률로 그것을 믿는 현상 

 

 

a. 어떤 애널리스트의 시황 분석이 세 번 다 적중했다면 4번째도 의심하지 않고 믿는다.

b. 어떤 애널리스트의 시황이 세 번 다 맞았는데 4번째에 틀렸다면 세 번째까지는 단순히 운이 좋았던 거라며 손가락질한다. 

c. 누군가의 종목 추천을 통해 4번이나 이득 봤다면 그 경험을 토대로 주변에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작 추천받아서 가입한 사람이 돈을 번 경우는 별로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예시를 보고 공감한다면, 이미 충분히 이미 우리 주변에서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일이라는 건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이때는 큰 수의 법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최소한의 샘플이 어느 정도 확보되어야 그나마 신뢰할 수 있다.   

 

 

1-3. 후판단 

후판단 편향(Hindsight Bias): 과거가 예측 가능했었다고 착각하는 것 

 

미국의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한 실험을 했다.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성공적일 확률을 학생들에게 예측해보도록 했는데, 실제 닉슨이 다녀간 뒤 2주 후에 다시 물었더니 71%의 학생이 본인이 최초 결정보다 높게 예측했고, 4개월 후에는 무려 81%의 학생들이 높게 예측했다.  

 

즉, 후판단 편향이란 본인이 과거 믿었던 사실을 실제 결과가 나온 후 보정해버리는 심리인 것이다. 결과가 나온 후 이미 그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하는 사람들의 경우를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무지를 인정하는 것은 자존감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일수록 현실을 왜곡해 자존감을 보호하려는 심리를 보인다.

 

 

1-4. 친숙 편향

친숙 편향(Home Bias): 본인과 친숙한 대상에 지나친 신뢰를 보내는 편향이다. 본인이 다니는 회사 주식, 일하는 산업, 거주하는 국가의 마켓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는 현상

 

프랑스 주식시장은 전 세계 4%를 차지하지만, 프랑스 뮤추얼 펀드 투자자들은 55%의 자금을 프랑스에 분배한다.  

뉴질랜드 주식시장은 전 세계 1% 미만을 차지하지만, 뉴질랜드 투자자들은 75% 자금을 뉴질랜드에 분배한다.

코스피는 전 세계 주식시장의 1.5%를 차지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투자자들은 거의 100% 자금을 코스피에 투자한다. 

 

해외 투자를 하려 할 때 투자자들의 뇌에서는 공포를 관장하는 편도체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이렇게 낯익은 것에 대한 비이성적 선호는 고대에 생겨난 본능이다.

 

 

1-5. 감정 부여 

감정 부여(Mental Accounting): 돈이 유입된 원인에 따라 감정이 부여되어, 소비의 결과가 달라지는 현상

 

1000만 원이 갑자기 수중에 들어온다면,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 

그 답은 어떻게 자금이 조달되었는지에 따라 다르게 나온다. 

 

a. 연말 성과급으로 얻은 경우엔 필수품을 사거나, 투자하는 경향이 짙었다. 

b. 어머니의 유산으로 받은 경우엔, 안전한 예금으로 두는 경우가 많았다. 

c. 복권 당첨된 경우, 그저 사치품을 소비하는데 그쳤다. 

 

즉, 사람들은 각자의 상황에 맞게 모든 돈에 제각기 다른 감정과 성격을 부여한다. 계좌나 종목, 매매 따위에 감정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 

 

 

1-6. 틀 씌우기 

틀 씌우기 편향(Framing Bias): 동일한 의미인데 표현 방식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는 것 

 

지각을 하면 벌금을 물겠다 vs 지각을 하지 않으면 다음번 지각 시 혜택을 주겠다. 지각 비율은 후자가 훨씬 높았다. 

 

a. 손실 중에 손절을 통해 100을 추가로 더 잃지 않는 것은 100의 이익을 보는 것과 같다. 

b. 테슬라가 액면 분할을 진행했더니 더 싸게 느껴져서 대량 매수세에 진입했다. 

c. 차트 매매에서 하향세를 그리는 모양이니, 이제 상승할 것 같다. 차트를 뒤집으면 과연 하락할까?

 

 

1-7. 무리 짓기

무리 짓기 편향(Herding): 본인이 속한 집단, 혹은 다수의 의견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현상

 

방송에서 나오는 전문가들을 따르는 행동이 비이성적인 건 아니다. 내가 어떤 분야에 대해 무지하다면 당연히 그 분야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의 견해를 따라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본인이 가진 정보가 불완전하거나, 오래되었거나 할 때 이러한 심리가 나타난다. 그러나 자연 속에서 군중을 따라가는 건 생존 확률을 높이지만 주식 시장에서는 이와 반대로 움직인다. 다수가 쫓아가는 방향은 자연스럽게 주가를 높이게 되고 손실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2. 감정 실패의 오류

 

2-1: 손실 회피 

손실 회피 편향(loss-aversion bias), 일반적으로 이익보다 손실을 더 고통스럽게 느끼는 편향

 

보통 사람들은 본인이 들고 있는 주식의 이익 실현은 빠르게, 손실 손절은 느리게 하는 심리가 있다. 이미 확정되지 않은 손실보다 확정된 손실에 대한 고통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손실이 진행 중'이라는 것은 반등의 여지가 조금이나마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사람들은 원래 기존에 것에 무엇 하나를 더 얻는 것보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 중에 무엇 하나를 잃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a. 핀란드 주식시장에서 200만 개 매매 분석했는데, 급락보다 급등 후 주식 매도 확률 32%나 높았다. 

b. 이스라엘의 기관투자자 분석했는데, 이익이 난 주식은 평균 27일만 보유한 반면, 손실이 난 주식은 평균 55일이나 보유했다.  

c. 개인 투자자들은 이익을 손실보다 51%나 더 자주 실현했다. 재밌는 사실은 만약 그 반대로 행동했다면 연간 3.4%의 추가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2-2. 자만심

자기 객관화 실패  

 

a. 주어진 일에 대해 75% 정도의 사람들이 본인이 다른 사람에 비해 평균 이상의 능력을 가졌다고 답했다. 

b. '타인의 평균 은퇴 저축액이 얼마일 거 같냐 vs 본인의 은퇴 저축액이 얼마일 거 같냐'라는 물음에 후자의 사람들이 본인들의 은퇴 저축액을 1.8배나 높게 예상했다. 

c. 실제로 창업주의 81%는 성공 확률이 70% 이상이라 답한다. 심지어 이 중 33%는 100%라 답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성공 확률은 50% 미만이다.   

d. 64%의 미국인들은 본인들이 천국에 갈 것이라 생각하고 0.5%만 지옥에 갈 것이라 생각한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현실을 일그러뜨려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려 한다. 본인이 실제보다 똑똑하다 착각하는 것이다. 본인의 성공에 무작위성 운이 끼친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본인의 실패에 무작위성 운이 끼친 영향을 과대평가한다. 쉽게 설명하면, 시험에 합격했을 때, 내가 잘해서 합격한 것이고, 반대로 떨어질 경우 내가 잘못했다기보다 주위 환경이 안 좋았거나, 특정 강사의 수업을 듣지 않아서 빚어진 일이라고 판단한다.  

 

 

2-3. 장단기 불일치 

가치 폄하 효과(Hyperbolicd Discounting): 당면한 이익을 중시하고 장기적 목표는 경시하는 현상

 

현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은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 목표를 우선시하는 것이다. 해마다 지급되는 예금이나 채권의 이자를 얻기 위해 예금이나 채권의 비중을 과다하게 높이고, 장기 성장하는 주식의 비중을 과다하게 낮춘다. 보통의 사람들은 즉각적인 수입을 원하기 때문에 초반에 수입이 없이 일정 상황을 버텨야 하는 상황을 매우 힘들어한다. 장기적인 추세를 무시하고 일일 무작위성 등락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장기의 가치를 폄하하는 심리에서 기인한 것이다.  

 

 

2-4. 현상 유지 

현상 유지 편향(Status Quo Bias): 변화는 기본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들고 불편하기 때문에, 현재 기본값으로 되어 있는 설정을 바꾸지 않으려는 현상

 

본인이 뭔가를 하지 않아서 vs 뭔가를 해서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 vs 본인의 주체적 행동으로 인해 벌어진 일 

선택지가 없었을 경우 vs 다른 선택지들이 있었을 경우 

 

사람들은 무언가 일이 잘못될 경우, 보통 행동을 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 착각한다. 

 

a. 한 회사에서 퇴직 연금을 주식펀드로 지급해줄 때에는 전체 은퇴자금의 70%가 주식펀드에 있었는데, 지급처를 현금성 예금계좌로 변경하고 나자 80%가 현금성 예금계좌에 그대로 남았다.  

b. 자동결제 시스템은 이러한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결제 취소를 원하는 경우 번거로움을 감내해야 한다. 보통은 자동결제를 디폴트로 설정해놓고 쉽고 간편하게, 취소는 번거롭고 귀찮게 만들어 놓는다.  

 

이것은 단순히 귀찮아서 철저한 조사를 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는 것이다. 다른 상품을 알아보기 귀찮아서 현재 하고 있는 것만 하고 그 외의 대안을 찾지 않는 것 모두가 해당한다. 

 

사실 이러한 오류들은 투자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우리가 행동하는 많은 부분에 녹아있다. 어찌 보면 이러한 심리는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굳이 의식적으로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투자에 있어서는 이러한 오류들을 조금씩 개선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 순간의 판단 미스로 당신의 소중한 돈이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매매일지를 반드시 써야 하는 이유이다. 나는 주로 어떤 실수를 많이 저지르는가? 그것을 위 사례에서 찾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면 투자뿐만 아니라, 일상의 많은 부분에서도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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