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저성장 시대에는 금리가 낮기 때문에 이자 수익을 내는 은행 예금과 채권은 무의미할까?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주식이 아닌 채권이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면 믿겠는가? 

 

썸네일

1.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채권 투자는 비효율적일까?

 

1-1. 은행 예금 1% 받을 바에 차라리 주식한다? 

 

저성장, 저금의 시대의 채권 투자의 효율, 비효율의 문제를 따지기 전에, 제로금리와 저금리의 차이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제로금리는 말 그대로 금리가 0%인 정적인 상태로 더 이상 금리 인하의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시시한다(마이너스 금리의 개념은 특수하므로 나중에 설명). 반면 저금리는 금리가 낮은 상태로, 금리가 역동적으로 높아지거나, 낮아질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요즘 어느 매체를 막론하고 저금리, 저성장 시대엔 더욱더 주식 투자를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난무한다. 은행 예금 이자가 1% 수준밖에 안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때마침 한참 그런 얘기가 오가던 작년과 올해는 주식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저성장, 저금리 시대 주식을 하지 않으면 바보가 되는 것만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종의 착시 효과이다.  

 

물론 은행 예금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앞서 설명한 절대적인 금리 상태(0%)와 상대적인 금리 변화(1% > 0%)의 차이의 미묘한 차이를 잘 캐치해야 한다. 저금리 시대이던 고금리 시대이던 금리가 낮아지는 추세에서는 주식들의 가치 계산에 사용되는 할인율도 낮아지면서 전반적인 주식의 벨류에이션이 상승한다. 즉 저금리, 저성장 시대라서 주식이 상승한 것이 아니라, 저금리에서 제로 금리로 낮아지고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주식의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금리가 8% 수준(상대적인 고금리)에서 7% 수준(상대적인 저금리)으로 하락 중이라면 마찬가지로 주식의 가격이 상승할 것이다. 

 

 

1-2. 금리 변화의 사이클 안에서 주식과 채권의 우선순위가 뒤바뀐다.  

 

이러한 금리의 변화 추세가 없이 금리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가정하면 고성장 시대와 저성장 시대 중 어느 쪽에서 주식의 매력도가 높을까? 당연히 경제 발전이 촉진되고 있는 고성장 시대이다. 주식이란 결국 사업에 대한 소유권을 갖는 것이고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손익을 나눠갖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이 더뎌지는 저성장 시대에는 기업들의 성장도 느리고 주식의 기대수익률도 낮다. 즉, 저성장, 저금리 시대이기 때문에 은행 예금 말고 주식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틀린 말이 된다. 즉, 저성장, 저금리 시대의 사이클 안에서도 금리의 흐름에 따라 주식과 채권의 유불리가 뒤바뀐다. 예전과 같이 연 7,8%의 고이자율은 불가하지만, 경기 침체와 금리 인하가 예상되면 채권의 매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주식의 기대 성장률은 '그 시대 상황에 맞는' 예금 금리와 '그 시대 상황에 맞는' 리스크 프리미엄의 합계인 것이다. 은행 예금 이자가 낮아지는 시기에는 주식의 기대수익률도 덩달아 낮아진다. 작년과 같이 경기가 둔화된 직후에는 성장이 느리고 금리가 이미 충분히 낮은 수준이 이라 할지라도 그 상태에서 금리가 더 낮아지면서 금리 변화와 각종 지원책, 부양책에 의해 전반적인 주가가 상승했던 것뿐이다. 저성장 시대엔 주식의 수익률은 낮아지고 변동성은 증가하며 리스크 대비 수익률인 샤프 지수의 척도는 더 나빠진다. 반대로 채권의 리스크 대비 매력도는 상승한다. 

 

 

저성장, 저금리, 고성장, 고금리 시대상만 놓고 보자면 주식보다 채권이 충분히 나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시대건 간에 그 시대 안에서 경기 침체와 확장의 사이클을 놓고 보면서 주식이 좋은지, 채권이 좋은지를 판단해야 한다. 작년과 같은 경우는 금리 수준을 저금리에서 제로금리로 인하하던 타이밍이었기 때문에 주식의 매력도가 더 높았다. 만약 연준의 발표대로 2023년이나 2024년 정도에 금리 수준이 2~3% 대로 올라올 때 경기 호황세가 둔화되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주식보다 채권의 매력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 

 

 

 

2. 채권 시장의 흐름을 통해 주식시장을 먼저 읽을 수 있다. 

경기 침체기, 회복기는 일반적으로 채권 투자에 적합한 시기에 속한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을 때, 경제 성장 속도가 느릴 때 금리가 하락하여 채권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금리와 채권 가격의 관계는 일반적인 채권, 즉 투자 적격 채권으로 분류되는 국채와 우량 채권에 한정되고, 투자 부적격 등급인 하이일드 채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하이일드 채권은 경기 침체기에 부도 위험이 높아지므로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한다면 지양해야 할 대상이다. 

 

개별 채권의 금리는 보통 국채 금리와 가산 금리의 합으로 선정된다. 가산 금리는 시장 위험에 상응하는 대가인 리스크 프리미엄을 뜻한다. 위험한 시장일수록 가산 금리가 높아진다.

 

하이일드 채권 스프레드 vs 나스닥 지수
하이일드 채권 가산금리(파란색) vs 나스닥 지수(빨간색) 

 

2008 글로벌 금융위기 즈음을 살펴보자. 주식 시장 폭락 이전부터 하이일드 스프레드, 즉 회사채 가산금리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여준다. 주가 폭락의 선행 시그널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금융 시스템 자체가 흔들리는 위기였기 때문에 부도 위험에 쳐해 있는 회사들이 돈을 빌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20% 이상의 금리를 약속해야 겨우 돈을 빌릴 수 있었다. 반면 2020년 3월에 발생한 금융위기는 코로나라는 외부 변수에 의해 경제 충격이 온 것이었다. 이때는 은행 시스템이 건제했고, 연준이 재빠르게 제로 금리,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여 시중에 유동성 풍부하였기 때문에 회사들이 돈을 빌리기가 크게 어렵지 않았다. 금리가 낮아도 채권 잘 팔리니 금리를 세게 부르면서까지 돈을 빌릴 필요가 없었던 것이고 이에 따라 스프레드가 크게 높아지지 않았던 것이다.

 

채권 스프레드는 경제에서 신용 리스크를 보여주는 척도이다. 주식 투자자들이 채권 투자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채권 스프레드를 통해 주식 시장에서의 위험을 미리 감지할 수 있다. 

 

 

 

3. 시기별 채권 투자, 채권 투자 방법

 

3-1. 국채, 우량채와 하이일드 채권의 시기별 투자 방법

일반채권으로 분류되는 국채, 우량채에 투자하기 좋은 시기는 국채 금리가 낮아지는 경기 침체기, 회복기이고,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기 좋은 시기는 경기 성장, 호황기이다.

 

채권 투자가 유리한 시기

 

채권 금리는 앞서 설명했듯이 무위험(국채) 금리와 가산 금리의 합으로 이루어진다. 

 

채권 투자가 적합할 때는 금리가 낮아질 때이다. 채권 가격이 높아져 그에 따른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 회복기에 낮아지는 건 시장(국채) 금리이고, 가산금리는 반대로 경기 호황기 때 낮아진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앞서 설명한 가산금리 스프레드의 설명을 다시 한번 보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경기 침체(노란색), 회복 시기(초록색)에는 시장 금리는 하락하고, 가산 금리는 상승한다. 이때는 만기가 길고 가산금리 비율이 적은 국채, 우량채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경기 하락기일수록 장기 채권 즉, 듀레이션을 길게 가져가야 유리하다. 

 

경기 호황(파랑) 시기에는 시장 금리는 상승하고, 가산 금리는 하락한다. 이때는 만기가 짧고 가산금리 비율이 높은 하이일드 채권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 경기 상승기일수록 단기 채권 위험을 최소화, 즉 듀레이션 짧게 가져가야 유리하다.   

 

 

3-2. 일반 채권 투자자의 종목 선정

개인도 개별 채권을 매수할 수 있지만 주로 ETF를 통해 투자하는 것이 간편하고 안전하다. 채권 ETF는 일반적으로 국채, 우량채, 회사채/하이일드 채의 3 부류가 존재하고, 각 수십 가지 종류가 다시 파생된다. 다음 포스팅에서 채권 ETF의 수익률에 대해 자세히 다루겠지만, 시가 총액이 높고 안정성이 높은 채권 목록은 다음과 같다. 일반 증권사 HTS나, MTS를 통해 쉽게 매매할 수 있다. 

 

SHY/IEI/IEF/TLH/TLT: 1-3년/3-7년/7-10년/10-20년/20년+ 미국 국채(iShares)

VCSH/VCLT: 단기/중기/장기 투자적격 회사채(뱅가드) 

IGSB/IGIB: 1-5년/5-10년 투자적격 회사채(iShares) 

HYG/JNK: 하이일드 회사채(iShares/SPDR) 

 

 

4. 채권 ETF 선택 시 리스크

(1) 신용도: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수록 더 높은 리스크와 신용도 낮은 채권임을 감수해야 한다. 국채, 투자적격채, 하이일드채 순으로 신용도가 낮아진다. 

 

(2) 만기: 만기가 길수록 시중 금리 변화에 민감하다. 만기가 길면 아무리 국채라 할지라도 일반 주식 못지않은 수익률과 변동성을 지닌다. 

 

(3) 기업의 부도/파산: 특히나 하이일드 채권의 경우 더욱더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4) 기업의 신용등급 하락: 특히 BBB 등급의 채권의 경우, 투자적격과 부적격의 경계에 위치하기 때문에, 부적격 심사를 받을 경우 큰 폭의 가격 하락이 예상되어 기관 매도세가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반면 BB의 경우엔 이와 반대로 움직일 수 있다.  

 

 

이로써 1편과 2편에 걸쳐 채권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채권이 주식에 비해 관심을 못 받는 이유는 변동성이 부족하고, 개인의 매수가 어렵다는 점이었는데, 일반 주식과 비교도 할 수 없는 변동성을 가진 채권도 존재하였고, 채권 ETF를 통해 개인도 손쉽게 매수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채권 투자를 하기 위에선 앞서 설명한 것처럼 시황 분석이 어느 정도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황 분석이라는 거창한 단어에 겁먹을 필요는 없다. 연준이 금리 정책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그에 따라 우리나라의 금리 기조는 어떠한가, 금리 정책 이외에 별도의 부양책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은가, 주식 시장의 선행 시그널이 될 만한 채권 시장의 움직임은 없는가 등 앞서 설명한 내용만큼만 관심을 갖는다면 유의미한 성과를 반드시 거둘 수 있을 것이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